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많은 이별들이 비엔나처럼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래서 섭섭함과 쓸쓸함과 함께한 설날이었다. 근데 이별들로 난 빈자리에 들어설 또 다른 만남들에 대한 기대감도 부록처럼 딸려왔더라.
모든 이별들이 다 일본인 지인들과의 이별이다.
일본애들과는 이별이 없을거라 생각했건만 방심했다.
그 이별들 중 가장 큰 허전함을 남길 나카무라와의 이별.
그녀는 올해 결혼이주자로 하와이로 간다.
결혼이민자... 즉 평생을 거기서 산다는 소리다.
틈틈이 만나 일에 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산도 타고 샘플 사진도 찍으로 다니던 친구가 내 일본 삶에서 사라질 예정.
나카무라가 일본 남자와 결혼해서 일본에서 평생을 살 것 같지 않다는 건 나도 본인도 어렴풋이 나카무라스럽진 않다는 건 알았다. 그녀의 말을 빌려 보자면 그녀는 일본 남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여성상이다. 어떤 일본 남자는 자립적인 나카무라를 부담스러워 하며 나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거 같다라며 관계을 정리했단다. 누가 행복하게 해 달랬니?라며 나카무라도 일본남자를 한심하게 여겼다. 아 참고로 나는 일본남자랑 산다.
그래도 진짜 외국 국적의 남자와 결혼을 하고 해외에서 삶의 터전을 옮겨갈 줄이야…
나카무라다운 전개다.

남친은 하와이 출신의 일본계 미국인이다.
나고 자란 곳의 영향인지 그녀의 남친은 아주 알로하스러운 부담스럽지 않게 상냥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먼 타국땅으로 시집가는 친구 걱정은 안 되는데 그녀가 빠진 내 일상의 구멍이 벌써 쓸쓸하다..
그래서 만날 수 있을 때라도 많이 많이 만나 두고 싶은 마음에 새해 첫날에 사이타마 오오미야大宮에 갔다.

구정을 쇠는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신정을 쇤다.
1월 1월은 元旦이라고 불리며 일본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츠모-데初詣라는 한 해의 첫 참배를 하러 신사나 절에 사람들이 모여 설날의 분위기를 맛본다.
야타이屋台라고 하는 노점들이 신사 입구 쪽이나 근처에서 판을 벌려 축체 분위기를 북돋는다. 긴 줄을 기다렸다가 참배를 하고, 노점에서 타코야키, 야키소바등을 사서 추운 겨울 공기 속에서 후들후들 떨며 먹지만 그게 일본 설날의 맛이다. 너무 춥다 싶으면 아마자케甘酒(단술)를 마시고 몸을 녹이는 맛도 꽤 괜찮다.

하츠모-데란 한 해의 첫 참배로 소원이나 건강 등을 비는 전통적 행사 같은 거다.
참배를 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서 짧게는 1.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유명한 신사는 더 많이 가디려야한다.
코로나 전에는 하츠모-데로 유명한 절이나 신사에는 전날 저녁부터 모여 카운트다운도 하며 해를 보내고 해를 맞이하며 즐겼었는데 코로나 때 잠시 참배 자체가 중단되거나 제한되어 행해지다가 올해는 많이 풀린 분위기다.
나는 참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하츠모-데를 하러 간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매번 새해가 되면 신사에 가서 새해의 분위기는 꼬박꼬박 맛을 보고 있다. 올 설날은 날이 너무 따뜻했다. 연초가 쭉 따뜻했다. 그래서 새해 맛이 반감되는 것도 있었다. 설은 추워야 맛이 나는데 말이다.. 추웠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아마자케甘酒 [우리나라 말로는 단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의 단술과는 좀 다르다. 거의 달지 않다. 그리고 술이 들어간 게 있고 들어가지 않은 것이 있다]도 마셔 주었다. 물론 따뜻한 오만쥬는 필수다(강조).
이곳 아마자케는 술이 안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다. 담백한 맛이었다. 이런 심심한 게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이탓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한 사람 한사람 인연이 얼마나 애틋한지 모르겠다.
헤어짐이 아쉽고 만남이 반갑고 그런 인연이 몇몇만 있어도 일 년이란 시간을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하와이에서의 재회를 기다리며 잠시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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